
2025년 11월 14일. 이탈리아 노바라, 두 번째 출장이었다. 한 달을 머무는 일정이었고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구했다.
그날은 내가 CS 직원들을 집으로 불렀다. 회식 아닌 회식이었다.
이 술을 알게 된 건 그 친구들 덕분이다. 한국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인기라고 하더라.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 유행을 알려주는 게 좀 웃기긴 했는데, 어쨌든 그 말을 듣고 사봤다.
가격은 1만5천원 정도였다.
첫 모금
새콤달콤했다. 입에 아주 잘 맞았다.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바로 좋다고 느낀 적이 많지 않다. 보통은 몇 모금 가봐야 판단이 서는데 이건 첫 잔에서 끝났다.
그런데 이게 맥주다
병을 보면 와인이다. 초록색 와인병에 프랑스어 이름, 라벨에는 중세 여인의 초상화가 들어가 있다. 나도 당연히 와인인 줄 알았다.
벨기에 맥주다. 도수는 6.2도.
플랑드르 레드 에일이라는 스타일이고, 양조장은 벨기에 비흐테에 있는 브라우어레이 페르하에허다. 발효를 마친 맥주를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시킨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최종 제품은 8개월 숙성한 맥주와 18개월 숙성한 맥주를 섞어서 만든다.
새콤한 맛이 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오크통 안에서 오래 묵으면서 생긴 산미다. 람빅 계열과 비슷한 계통이라고 한다. 와인 같다는 평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라벨의 여자
마리 드 부르고뉴다. 이름 자체가 부르고뉴 공작부인이라는 뜻이다.
부르고뉴 공작 샤를의 외동딸로 1457년 브뤼셀에서 태어났고, 1482년에 낙마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스물다섯이었다.
가격 이야기
한국에서는 이게 3만원에서 5만원 사이에 팔리는 것 같다. 현지에서 1만5천원이었으니 두 배에서 세 배다. 수입 주류에 붙는 세금 구조 때문인데, 머리로는 알아도 숫자를 보면 좀 억울하다.
한국에서 5천원에 팔아준다면 평생 이것만 마시고 싶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국내에서 이거 싸게 파는 곳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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