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잭콕. 술 좀 마셔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이다. 잭다니엘스에 콜라를 타 마시는 조합인데, 하도 유명해서 마셔보지 않은 사람도 이름은 안다.
폴란드 첫 출장 때 마크로에서 장을 보다가 그걸 캔으로 만들어 파는 걸 봤다. 말로만 듣던 그 조합이 완제품으로 진열대에 놓여 있으니 반가웠다. 저녁에 퇴근하고 숙소에서 한 캔씩 마시고 자면 딱 좋겠다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서 24캔들이 한 박스를 통째로 집었다.
제품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캔에 적힌 도수는 6도다. 알콜 표기가 ALK. 6% OBJ.로 되어 있는 걸 보면 폴란드 내수용이다. 그리고 이건 코카콜라와 공식 제휴한 제품이 아니다. 캔에는 A PERFECT MIX OF WHISKEY & COLA라고만 적혀 있고 코카콜라 로고는 어디에도 없다. 잭다니엘스와 코카콜라가 정식으로 손을 잡은 Jack & Coke 캔은 2022년 가을 멕시코에서 처음 나왔고 2023년 3월에 미국에 상륙했다. 도수도 7도다. 내가 산 건 그 이전 계열의 물건인 셈이다.
잭다니엘스 자체는 1866년 테네시주 린치버그에 등록된 증류소다. 버번이 아니라 테네시 위스키로 따로 분류되는데, 증류한 원액을 오크통에 넣기 전에 설탕단풍나무 숯층에 한 번 통과시키는 링컨 카운티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이다. 잭콕이라는 조합도 역사가 백 년이 넘는다. 콜라가 1886년생, 잭다니엘스가 1866년생이니 둘 다 19세기 물건끼리 만난 하이볼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첫 모금이 기억에 남는다.
독했다. 분명히 6도라고 적혀 있는데 그 숫자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세게 느껴졌다. 위스키와 콜라를 어떤 비율로 섞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상상했던 부드럽고 달콤한 음료는 아니었다. 맛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문제는 남은 23캔이었다.
퇴근하고 한 캔씩 비워나가는 건 즐거운 일과가 아니라 숙제가 됐다. 물리기 시작하니 손이 더 안 갔다. 결국 동료들에게 한 캔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리고도 혼자서는 끝내 다 못 비웠다.
이 경험으로 하나 배운 게 있다. 잭콕은 완제품으로 사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게 낫다는 것. 위스키를 얼마나 넣고 콜라를 얼마나 부을지는 결국 자기 입맛의 문제인데, 캔은 그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비율을 받아들이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다.
낯선 나라에서 궁금한 게 많던 시절이었다. 궁금증을 푸는 대가로 24캔을 짊어진 건 조금 비쌌지만, 덕분에 내 비율은 내가 정하는 게 맞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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