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봉주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첫 시안 출장 때였다. 그때 사 온 화산논검 시리즈 이야기는 앞서 적었다. 이 술은 그보다 한참 뒤의 이야기다. 2020년이 지나고 나서였는데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쯤 나는 이미 서봉주를 여러 차례 경험한 뒤였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올 때 술을 사는 데는 제약이 있다. 아무리 좋은 술이 눈에 들어와도 무한정 담아 올 수 없다. 백주는 도자기 병에 든 것이 많아 부피도 크고 무겁다 또한 포장이 화려해서 지나치게 부피가 크다. 그래서 몇 병을 고를지, 어떤 걸 고를지 매번 저울질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현지 주류점에 들렀다.
중국 백주를 사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같은 브랜드라도 도수가 높을수록 값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도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원액 비중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증류식 소주는 도수가 높아서 희석식 소주 보다는 높다고 알고있다.
가게 사장님이 처음 권한 것도 52도인지 53도인지 하는 고도수 제품이었다. 가격을 보고 너무 비싸다고 하자, 사장님은 다른 병을 꺼내 왔다. 그게 이 술이다. 서봉주 봉단진(封坛陈), 45도. 300위안에 샀다.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봉단(封坛)은 술독을 봉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항아리에 술을 담아 입구를 봉인하고 오래 묵히는 과정을 가리킨다. 거기에 묵었다는 뜻의 진(陈)이 붙었으니, 봉인해 숙성시킨 술이라는 이름이 된다. 상자 위쪽에는 중국명주(中国名酒) 인장이 찍혀 있다.
이 술을 집에서 아내와 함께 열었다. 한 잔씩 따라 마셨다.
맛은 예상과 달랐다. 45도면 화산논검 20년(43도)과 비슷한 수준이니 비슷하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부드럽다기보다 강력한 타격감이 먼저 왔다.
그리고 매콤했다. 위스키에서 느끼는 스파이시함과는 결이 다른 매운맛이다. 위스키의 그것이 계피나 후추 쪽이라면, 이건 좀 더 날것에 가까운 자극이었다. 다만 향과 피니시에서는 서봉주 특유의 그 결이 분명히 느껴졌다. 완두콩 누룩과 주해에서 오는, 다른 백주와는 구분되는 봉향형의 성격이다.
이 인상이 술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백주를 오랜만에 마셨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사이 내 입맛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한 잔씩만 마셨다. 그리고 병을 다시 닫아 봉인해 두었다. 봉인해 묵힌 술이라는 이름을 가진 술을, 열었다가 다시 봉인한 셈이다.
지금도 그 병은 그대로 있다. 다음에 열 때는 또 어떤 맛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그때쯤이면 백주에 조금 더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외 주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4캔을 사버린 날, 폴란드에서 만난 잭콕 캔 (0) | 2026.10.16 |
|---|---|
| 현지인 따라 집어본 폴란드 보드카, 소플리카 헤이즐넛 (0) | 2026.10.15 |
| 샤먼의 술과 양탕, 단펑 고량주 (0) | 2026.10.14 |
| 샤먼 바닷가에서 마신 중국 명주, 우량예 39 (0) | 2026.10.12 |
| 입국장 면세점에서 산 코냑, 바롱 오타르 VSOP (0) | 2026.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