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야기

밥 대신 면을 넣는 닭볶음탕, 신장의 다판지(大盘鸡)본문:

공사판김씨 2026. 10. 28. 09:29

 

지금 출장 와 있는 곳은 허베이성 랑팡시 구안현이다.

신장에서 2,500킬로미터쯤 떨어진 동네인데 신장 음식을 파는 집이 있었다. 중국이 넓다 보니 이런 식으로 멀리 떨어진 지방 음식이 흘러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서울에서 전주비빔밥집 찾는 것과 비슷한 일이겠지만 거리의 단위가 다르다.

그래서 저녁으로 다판지를 먹었다. 신장 위구르식 닭 요리다.

나온 걸 보고 바로 한국 닭볶음탕이 떠올랐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했다.

들어가는 재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닭, 감자, 피망, 양파, 마늘, 고추. 우리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것들이 거의 그대로 들어간다. 차이라면 버섯이 좀 더 들어가고 채소 종류가 많다는 정도였다.

향신료도 아주 조금 들어간다. 쯔란과 팔각, 화자오가 들어간다는데 세게 치고 나오지 않았다. 중국 음식이라고 하면 낯선 향이 확 올라올 거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그런 쪽이 아니다.

맥주를 곁들였다. 매콤한 국물에 맥주는 어디서 먹어도 맞는 조합이다.

같이 간 사람은 조선족 통역이었다.

우리는 닭볶음탕을 밥이랑 먹는다. 그런데 여기는 면을 넣는다. 납작하고 넓은 면이다. 남은 국물에 면을 넣어서 비벼 먹는 방식이다.

주인분이 밥 필요하면 주겠다고 하셨다. 외국인이니까 챙겨주신 것 같다.

면으로 갔다. 현지식으로 먹어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 면은 라탸오쯔 또는 쿠다이몐이라고 부른다. 쿠다이몐은 허리띠 면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보면 그렇게 생겼다. 손으로 늘려 뽑는 라그만 계열의 면이다.

다판지(大盘鸡)는 큰 접시 닭이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접시가 크다.

생각보다 역사가 짧다. 1980년대 말 신장 북부 샤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만든 사람이다. 쓰촨 출신 한족 요리사가 처음 내놓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원래는 위구르 음식이 아니었다. 다만 신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현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어야 하니 할랄 방식으로 바뀌었고, 그러면서 위구르 사람들 사이에서 퍼졌다. 지금은 신장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통한다.

한족 요리사가 만들고 위구르 식문화 안에서 완성된 음식인 셈이다. 한 접시 안에 그 내력이 들어 있다.

중국 음식이 안 맞는다는 분들이 대는 이유는 대개 향신료다. 쯔란이든 샹차이든 그 향이 올라오면 거기서 막힌다. 그런데 이 음식은 향신료가 적게 들어간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 거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